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교원소청심사위원회결정취소]
【판시사항】
[1] 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 등에서 정한 성희롱의 의미 및 이때 ‘성적 언동’의 의미
[2]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한 요건
[3] 성희롱을 사유로 한 징계처분의 당부를 다투는 행정소송에서 징계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의 소재(=피고) 및 증명의 정도 / 징계사유인 성희롱 관련 형사재판에서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가 선고되었다는 사정만으로 행정소송에서 징계사유의 존재를 부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4]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 유념할 점 및 성희롱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판단하는 방법
【판결요지】
[1]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①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②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 등 참조]. 여기에서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2]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
[3] 성희롱을 사유로 한 징계처분의 당부를 다투는 행정소송에서 징계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피고에게 있다. 다만 민사소송이나 행정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추호의 의혹도 없어야 한다는 자연과학적 증명이 아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볼 때 어떤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면 충분하다.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은 지도이념과 증명책임, 증명의 정도 등에서 서로 다른 원리가 적용되므로, 징계사유인 성희롱 관련 형사재판에서 성희롱 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확신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가 선고되었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행정소송에서 징계사유의 존재를 부정할 것은 아니다.
[4]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참조). 그리하여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이른바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여야 한다. 피해자는 이러한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으로 인하여 피해를 당한 후에도 가해자와 종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있고, 피해사실을 즉시 신고하지 못하다가 다른 피해자 등 제3자가 문제를 제기하거나 신고를 권유한 것을 계기로 비로소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피해사실을 신고한 후에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그에 관한 진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와 같은 성희롱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
1. 사건의 경위
가. 원고는 학교법인 ○○학원이 설립·운영하는 ○○△△대학교의 컴퓨터계열 교수이고, 피해자 소외 1, 소외 2는 소속 학과 학생들이다.
나. 피고보조참가인은 2015. 4. 10. 원고가 소속 학과 여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행위 등을 포함하여 수차례 성희롱 및 성추행 행위를 하였고 이는 사립학교법 제61조 제1항 각호의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는 사유로 원고를 해임하였다.
(1) 피해자 소외 1 관련 징계사유
① 소외 1이 봉사활동을 위한 추천서를 받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원고의 연구실을 방문했을 때, 뽀뽀해 주면 추천서를 만들어 주겠다고 하였다(제1-2 징계사유).
② 수업 중 질문을 하면 소외 1을 뒤에서 안는 듯한 포즈로 지도하였다(제1-3 징계사유).
③ 소외 1이 원고의 연구실을 찾아가면 “남자친구와 왜 사귀냐, 나랑 사귀자”, “나랑 손잡고 밥 먹으러 가고 데이트 가자”, “엄마를 소개시켜 달라”고 하는 등 불쾌한 말을 하였다(제1-4 징계사유).
(2) 피해자 소외 2 관련 징계사유
① 수업시간에 소외 2를 뒤에서 안는 식으로 지도하고 불필요하게 소외 2와 한 의자에 앉아 가르쳐 주며 신체적 접촉을 많이 하였다(제3-1 징계사유).
② 복도에서 소외 2와 마주칠 때 얼굴에 손대기, 어깨동무, 허리에 손 두르기와 함께 손으로 엉덩이를 툭툭 치는 행위를 하였다(제3-2 징계사유).
③ 소외 2와 단 둘이 있을 때 팔을 벌려 안았다(제3-3 징계사유).
④ 학과 MT에서 아침에 자고 있던 소외 2의 볼에 뽀뽀를 2차례 하여 정신적 충격을 주었다(제3-4 징계사유).
⑤ 장애인 교육 신청서를 제출하러 간 소외 2에게 자신의 볼에 뽀뽀를 하면 신청서를 받아 주겠다고 하여 소외 2가 어쩔 수 없이 원고의 볼에 뽀뽀를 하였다(제3-5 징계사유).
다. 원고는 징계에 불복하여 2015. 5. 7. 피고에 대하여 소청심사를 청구하였고, 피고가 원고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결정을 하자,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이 사건 해임처분은 원고 행위의 비위 정도에 비추어 지나치게 무거워 징계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
3. 대법원의 판단
다. 소결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앞서 본 이유만을 들어 피해자들의 진술을 배척하거나 원고의 언동이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이 사건 징계사유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단정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성희롱의 성립 요건 및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심리를 다하지 않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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