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헌바254

 

출퇴근 재해 사건

 

 

 

결정요지

헌법재판소는 2016년 9월 29일 재판관 6 : 3의 의견으로,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출퇴근하다가 발생한 사고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1호 다목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 사건개요
○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전기기사로 근무하던 청구인은 2011. 11. 11.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다가 넘어지면서 버스 뒷바퀴에 왼손이 깔려 왼손 둘째, 셋째 손가락이 부러지는 상처를 입었다. 청구인은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정한 요양급여를 신청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은 2011. 12. 14. 청구인이 입은 부상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처분을 하였다.
○ 청구인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요양불승인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그 소송 계속 중 위 처분의 근거가 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1호 다목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었다. 이에 청구인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1호 다목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29조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심판대상조항]
○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07. 12. 14. 법률 제8694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37조(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 ①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ㆍ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相當因果關係)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업무상 사고
다.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ㆍ퇴근 중 발생한 사고
○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2008. 6. 25. 대통령령 제20875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29조(출퇴근 중의 사고) 근로자가 출퇴근하던 중에 발생한 사고가 다음 각 호의 요건 모두에 해당하면 법 제37조 제1항 제1호 다목에 따른 업무상 사고로 본다.
1. 사업주가 출퇴근용으로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사업주가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던 중에 사고가 발생하였을 것
2. 출퇴근용으로 이용한 교통수단의 관리 또는 이용권이 근로자 측의 전속적 권한에 속하지 아니하였을 것

 

 

 

□ 결정주문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07. 12. 14. 법률 제8694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37조 제1항 제1호 다목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2. 위 법률조항은 2017.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한다.

 

 

 

 

□ 이유의 요지

2. 본안에 대한 판단(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1호 다목)
○ 산업재해보상보험법(다음부터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37조 제1항 제1호 다목(다음부터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은 근로자가 사업주 지배관리 아래 출퇴근하던 중 발생한 사고로 부상 등이 발생한 경우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있다.
도보나 자기 소유 교통수단 또는 대중교통수단 등을 이용하여 출퇴근하는 산재보험 가입 근로자(다음부터 ‘비혜택근로자’라 한다)는 사업주가 제공하거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출퇴근하는 산재보험 가입 근로자(다음부터 ‘혜택근로자’라 한다)와 같은 근로자인데도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있다고 볼 수 없는 통상적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던 중에 발생한 재해(다음부터 ‘통상의 출퇴근 재해’라 한다)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차별취급이 존재한다.
○ 오늘날 산재보험제도는 산업재해로부터 피재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활을 보장하는 기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근로자의 출퇴근 행위는 업무의 전 단계로서 업무와 밀접ㆍ불가분의 관계에 있고, 사실상 사업주가 정한 출퇴근 시각과 근무지에 기속된다. 대법원은 출장행위 중 발생한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데, 이러한 출장행위도 이동방법이나 경로 선택이 근로자에게 맡겨져 있다는 점에서 통상의 출퇴근 행위와 다를 바가 없다. 통상의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여 근로자를 보호해 주는 것이 산재보험의 생활보장적 성격에 부합한다.
○ 사업장의 규모나 재정여건의 부족 또는 사업주의 일방적 의사나 개인 사정 등으로 출퇴근용 차량을 제공받지 못하거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지원받지 못하는 비혜택근로자는 비록 산재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하더라도 출퇴근 재해에 대하여 보상을 받을 수 없는데, 이러한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
○ 국제노동기구(ILO)는 1964년 제121호 ‘업무상 상해 급부 협약’에서 통상의 출퇴근 재해를 산업재해에 포함하도록 권고하였다. 독일이나 프랑스 등에서는 오래전부터 통상의 출퇴근 재해를 산업재해의 한 유형으로 인정하여 근로자를 보호하고 있으며, 일본도 노동자재해보상보험법에서 통상의 출퇴근 재해에 대하여 보상하는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다.
○ 통상의 출퇴근 재해를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경우 산재보험 재정상황이 악화되거나 사업주 부담 보험료가 인상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이는 보상이 가능한 출퇴근 재해의 범위를 합리적 경로와 방법에 따른 출퇴근행위 중 발생한 재해로 한정하는 방법 등을 통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반면에 통상의 출퇴근 중 재해를 입은 비혜택근로자는 가해자를 상대로 불법행위 책임을 물어도 대부분 입증의 어려움 등으로 충분한 구제를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고, 심판대상조항으로 초래되는 비혜택근로자와 그 가족의 정신적ㆍ신체적 혹은 경제적 불이익은 매우 중대하다.
심판대상조항은 합리적 이유 없이 비혜택근로자에게 경제적 불이익을 주어 자의적으로 차별하는 것이므로,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다만 심판대상조항을 단순위헌으로 선고하는 경우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최소한의 법적 근거마저도 상실되는 부당한 법적 공백상태와 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고 2017.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계속 적용을 명한다.

 

 

 

□ 결정의 의의
○ [선례변경] 헌법재판소는 종전 결정에서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출퇴근하다가 발생한 사고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심판대상조항이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헌재 2013. 9. 26. 2011헌바271; 헌재 2013. 9. 26. 2012헌가16). 당시 결정에서는 심판대상조항이 통상의 출퇴근 재해를 당한 근로자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이어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는 헌법불합치의견이 다수였으나, 위헌선언에 필요한 정족수 6인에 미달하여 합헌결정을 하였다. 이 사건에서는 심판대상조항이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는 데 6인의 재판관이 의견을 같이 하여 위헌 정족수를 충족함으로써 선례를 변경하게 되었다.
○ 이번 결정으로 심판대상조항은 내년 12월 31일까지 개정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를 반영한 입법이 이루어지면 비혜택근로자가 통상의 출퇴근 재해로 말미암아 부상 등을 당한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길이 열리게 된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