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안에 따라 다름 [주거침입 무죄라는 판결 / 재물손괴 유죄라는 판결]


주거침입 무죄라는 판결

 

대전지방법원 2024. 4. 18. 선고 2023노2718 판결

원심이 적절히 판시한 것처럼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의미는 피고인들의 행위가 적극적으로 용인, 권장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단지 특수한 상황하에서 처벌대상이 될 정도의 위법성을 갖추지 못하였음을 의미하는바, 피고인들의 이 사건 각 행위는 정당행위의 전형적인 개별 구성 요건에는 다소 미흡하다고 볼 소지가 있으나 이 사건의 특수성을 십분 감안하여야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가. L 아파트의 임대사업자인 주식회사 N(이하 ‘N’이라 한다)은 이 사건 관련된 임차인들로 하여금 임대차부동산을 N에게 명도해 주면 임대차보증금을 문제없이 반환해 줄 것처럼 믿게끔 하여 임차인들이 동시이행항변권을 포기하고 2019년 하반기에 임대 차부동산에서 퇴거하게끔 하였다.
나. N은 2020. 9. 22. 수원지방법원 2020회합156 사건에서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받았고, 수원지방법원은 2021. 9.경 N에 대한 회생절차 폐지결정을 하여 2021. 10.경 위 결정이 확정되었다. AK은행이 “N이 주택도시기금 융자금에 대한 이자를 1년 6개월 이상 연체하였다.”고 2022. 4. 8.경 신고하여 그 무렵 세종특별자치시는 L 임차인 대표회의에게 N의 부도 발생 사실을 통지하였다. N 대표자는 원심 법정에서 “퇴거한 임차인들에게 반환해 줄 보증금이 충분히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사실상 자인하고, “퇴거한 임차인들에게 보증금반환을 위해 경매를 신청해 달라고 되레 요청한 적이 있다.”는 식의 발언까지 하였다. N의 이러한 일련의 행태를 종합하면, N은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 없이 임차인들로 하여금 동시이행항변권을 포기하고 먼저 임대차 부동산에서 퇴거하게끔 한 것으로 평가될 여지가 다분하다.
다. 이처럼 N을 믿고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채로 퇴거한 임차인들<각주1>이 N의 회생절차 진행 및 폐지, 은행의 부도사실 통지 등이 계속 일어나면서 보증금 회수의 어려움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태에서, 공실로 비어 있던 임대차부동산을 다시 인도해 달라는 요청을 N이 거절한 것이 신의칙상 정당화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원심]
대전지방법원 2023. 8. 18. 선고 2023고정447 판결

피고인들은 무죄.

피고인들은 세종시 L 아파트를 임차하여 거주하던 중 2019년경 아파트 분양전환 당시 자격요건 미충족으로 인해 거주하던 아파트에서 퇴거했던 자들이다.

가. 재물손괴
피고인은 2022. 4. 중하순경 세종시 L아파트, M호에 피해자인 주식회사 N의 동의 없이 현관문 도어락을 교체하는 방법으로 총 시가 275,000원의 재물을 손괴하였다. 

나. 주거침입
피고인은 위 범죄사실 “가”항과 같은 일시 및 장소에서 피해자인 주식회사 N의 동의 없이 N에서 관리하고 있는 아파트에 도어락을 교체하여 들어가는 방법으로 주거에 침입하였다.

판 단

1. 인정되는 사실 및 피고인들의 지위

제출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들은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자인 주식회사 N으로부터 공공건설임대주택인 L 아파트의 해당 세대를 임차한 사람 또는 그 가족인 사실, 위 임차인들은 2019년 위 아파트의 분양전환 무렵 분양전환 부적격판정 통보를 받았거나 분양전환신청을 하지 않았거나 계약해지통보를 받고 임차주택에서 퇴거한 사실, 그러나 피해자 회사로부터 아직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사실, 위 임차인 중 대다수는 피해자 회사를 상대로 보증금 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아 확정되었거나 보증금 반환을 내용으로 하는 화해권고결정을 받은 사실, 그럼에도 피해자 회사가 보증금을 반환하지 아니하자 피고인들은 해당 세대에 다시 거주하겠다며 피해자 회사에 도어락 비밀번호를 요구하였으나 피해자 회사는 이를 거부한 사실, 피고인들이 해당 세대에 들어갈 당시 출입금지 안내문과 피해자 회사가 설치한 도어락이 있었으나 공실 상태였고 물리적 충돌은 없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공공건설임대주택에 대하여 적용되는 공공주택 특별법은 제5조 제2항에서 ‘공공주택의 건설·공급 및 관리에 관하여 이 법에서 정하지 아니한 사항은 주택법, 건축법 및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 제2항은 ‘임대차기간이 끝난 경우에도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는 임대차관계가 존속되는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위 임차인들은 임대차 종료로 임차주택에서 퇴거하였으나 위 각 조항에 따라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는 임대차관계가 존속하는 것으로 의제된다.

2. 정당행위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들은 본건 아파트 해당 세대의 임차인 또는 그 가족으로서 이를 점유할 권리가 있으므로 피고인들이 해당 세대에 들어가는 행위는 그 권리의 행사에 해당하고 달리 그 권리행사가 제한될만한 사정을 찾아보 수 없다. 피고인들은 해당 세대에 들어가기 위하여 사전에 피해자 회사에게 도어락 비밀번호를 요구하였으나 피해자 회사가 응하지 아니하였으므로 도어락을 교체하지 않고는 들어갈 수 없었고, 들어가는 과정에서 달리 유형력을 행사하지 아니하였다. 피고인들은 오랜 기간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여 금전적으로 손해를 입었을 뿐만 아니라 인간 생활의 기본 요소인 주거가 불안정하게 되었으므로 그 안정을 시급하게 되찾을 필요가 있다. 반면 피해자 회사는 도어락이 교체되는 손해를 입었으나, 공실 상태로 아파트를 관리하고 있었고 당시 물리적 충돌도 없었으므로 훼손된 주거의 평온 정도가 크지 아니하다.

이러한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의 행위는 오랜 기간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임차인의 권리 행사로서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크게 넘어서지 않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다. 따라서 이 사건 피고인들의 행위는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범죄로 되지 않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피고인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재물손괴 유죄라는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7. 17. 선고 2024고정131 판결

피고인을 벌금 3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범 죄 사 실
피고인은 서울 강남구 B에 있는 피해자 C(여, 63세) 소유의 D건물 E호의 임차인이었던 사람이다.
피고인은 2023. 6. 10. 10:00경 위 주택에서, 전날 위 주택에서 이사를 나갔음에도 임대차보증금 정산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해자 소유인 시가 31만원 상당의 현관문 도어락 비밀번호를 임의로 변경하여 그 효용을 해하였다.

2. 판단
살피건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이미 피해자에게 임대차목적물의 인도를 마친 시점에 임의로 현관물 도어락 비밀번호를 변경한 행위는 피해자인 타인의 재물의 효용을 해하는 것으로 재물손괴죄가 성립된다.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피고인은 2022. 5. 24.경 피해자에게서 서울 강남구 B, E호(이하 ‘이 사건 임대차목적물’이라고 한다)를 임대차보증금 4억 950만 원, 임대차기간 2022. 6. 10.경부터 2023. 6. 9.경까지로 정하여 임차하였다.
②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위 임대차계약은 2023. 6. 9. 기간 만료로 종료하였고 피고인은 같은 날 다른 곳으로 이사하였다. 피고인은 이사한 직후 피해자에게서 임대차보증금 중 일부를 지급받아 그 무렵까지 임대차보증금 4억 950만 원 중 4억 450원을 지급받았다.
③ 피고인은 이사를 나가면서 기존 자신이 사용하던 현관문 도어락 비밀번호를 공인중개사를 통하여 피해자 측에 알렸고, 피해자와 그 아들은 피고인이 이사 가고 난 다음인 2023. 6. 9. 오후 경 위 비밀번호를 누르고 위 임대차목적물에 방문하여 임대차목적물 중 수리가 필요한 여러 군데를 사진 및 동영상 촬영하였다. 그 사진 등에 의하면 피고인의 모든 짐이 반출되어 있는 상태로 특별히 피고인이 점유를 계속하고 있었다는 사정은 찾아보기 어렵다.
④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원상복구비용의 액수가 명확히 합의되어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금액은 피해자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최대 500만 원이고 피고인은 이사한 다음 날인 2023. 6. 10. 이 사건 임대차목적물 현관문 도어락 비밀번호를 임의로 바꾸기 직전에 피해자에게서 위 500만 원 중 200만 원을 추가로 지급 받아 피고인이 결국 반환받지 못한 임대차보증금은 300만 원에 불과하며 이는 전체 임대차보증금(4억 950만 원)의 약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상대적으로 미미하다(한편 임대차보증금은 임대차기간 중에 발생한 연체차임, 원상복구비용 등을 담보하는 것이므로 임대인인 피해자 입장에서 임차인이 이사한 후에 발생할 원상복구비용 등에 관하여 그 지급을 유보하는 것이 가능하다).
⑤ 형법 제366조 재물손괴죄에서 규정하고 있는 ‘재물의 효용을 해한다.’고 함에는 일시적으로 그 재물을 이용할 수 없거나 구체적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 효용을 떨어뜨리는 경우도 포함되므로(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도9219 판결 등 참조),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변경한 행위는 재물손괴죄의 ‘손괴’행위에 해당한다.
⑥ 피고인이 이사 간 당일 피해자의 아들과 통화한 내용에 의하면, 피해자의 아들이 피고인이 이사 나간 날이 금요일로서 주말에는 수리업체를 통하여 정확한 수리 견적을 산정하기 어려워 그 다음 주 월요일까지 구체적 내역 산정 후 정산하여 주겠다고 함에도 피고인은 그 다음 날인 토요일 오전 경 나머지 300만 원을 받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도어락 비밀번호를 임의로 변경한 것인바 위와 같은 경위에 비추어 위 행위가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 볼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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