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내역 제공 거부했다가 과태료…대법 “법원에 자료 제공해야”

법원이 민사소송 당사자의 통화 내역을 요구할 때 통신사는 이를 거부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결정이 나왔다. 통신비밀보호법 보다 민사소송법상 법원의 문서제출 명령을 우선 시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17일 SK텔레콤이 법원을 상대로 낸 과태료 부과 결정 취소 소송을 기각 결정했다. A씨는 남편 B씨와 이혼소송 중 재판부에 B씨의 통화내역을 제출하게 해달라는 문서제출 명령을 신청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SKT에 B씨의 통화내역을 제출하라는 내용의 문서제출 명령을 내렸고, SKT는 “압수수색영장 요청에 한해 자료 제공이 가능하다”며 제출을 거부했다. 통화내역은 통신비밀보호법상 협조의무로 규정돼 있지 않고, 개인정보보호 강화 방침으로 자료제공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이에 재판부가 SKT에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하자 SKT는 이에 불복해 항고했다. 쟁점은 법원의 문서제출 명령을 통신사가 통신비밀보호법을 근거로 거부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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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3. 7. 17. 선고 2018스34

◇1. 통신비밀보호법에서 정한 통신사실확인자료가 민사소송법상 문서제출명령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 적극) 2.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출을 명하는 문서제출명령에 대한 심리방법과 판단기준 ◇

  법원은 민사소송법 제344조 이하의 규정을 근거로 통신사실확인자료에 대한 문서제출명령을 할 수 있고 전기통신사업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에 응할 의무가 있으며, 전기통신사업자가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 본문을 들어 문서제출명령의 대상이 된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출을 거부하는 것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통신비밀보호법과 민사소송법은 그 입법목적, 규정사항 및 적용범위 등을 고려할 때 각각의 영역에서 독자적인 입법취지를 가지는 법률이므로 각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그 적용범위를 정할 수 있고, 통신비밀보호법에서 민사소송법이 정한 문서제출명령에 의하여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더라도 민사소송법상 증거에 관한 규정이 원천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
  나. 통신비밀보호법은 이미 민사소송법 제294조에서 정한 조사의 촉탁의 방법에 따른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통신사실확인자료가 문서제출명령의 대상이 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통신비밀보호법의 입법목적에 반한다거나 법 문언의 가능한 범위를 넘는 확장해석이라고 볼 수 없다.
  다. 통신비밀보호법의 입법취지는 법원이 신중하고 엄격한 심리를 거쳐 문서제출명령 제도를 운용함으로써 충분히 구현될 수 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개인의 사생활 및 대화의 비밀과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통신사실확인자료에 대한 제공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므로, 법원은 통신사실확인자료에 대하여 문서제출명령을 심리․발령할 때에는 이러한 통신비밀보호법의 입법취지를 고려하여 통신과 대화의 비밀 및 자유와 적정하고 신속한 재판의 필요성에 관하여 엄격한 비교형량을 거쳐 그 필요성과 관련성을 판단하여야 한다.


  법원은 문서제출명령 신청의 대상이 된 통신사실확인자료의 내용 및 기간이 신청인이 제시한 증명사항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지, 나아가 그 문서에 대한 서증조사를 통하여 증명사항이 사실로 인정되면 그러한 사실에 기초하여 신청인이 구체적으로 특정한 주장사실을 추단할 수 있는지를 심리함으로써 문서제출명령 신청의 채택 여부 및 범위를 신중히 결정하여야 한다.

☞  이러한 다수의견에 대하여, ➀ 대법관 김선수의 별개의견, ➁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오석준의 반대의견, ➂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이흥구, 대법관 천대엽의 보충의견, ➃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민유숙의 보충의견이 있음

☞  별개의견의 요지는 다음과 같음
  - 위반자는 문서제출명령에 대하여 즉시항고로 다툴 수 있었음에도 즉시항고를 하지 않아 문서제출명령이 그대로 확정되었음
  - 이미 발령된 문서제출명령의 의무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절차인 과태료 재판에서 문서제출명령 자체의 적법성을 다툴 수는 없음
  - 적법하게 확정된 문서제출명령에 불응하였음을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한 제1심 결정을 유지한 원심결정은 적법하고, 문서제출명령 자체의 적법성을 다투는 위반자의 재항고이유는 받아들이기 어려움

☞  반대의견의 요지는 다음과 같음
  - 통신비밀보호법은 전기통신사업자에게, 법률에서 정한 예외에 해당하지 않으면 누구에게도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제공할 수 없도록 하는 강한 일반적 금지의무를 부과하고 있음
 -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는 민사소송법을 포함하고 있지 않고, 제13조의2 등 통신비밀보호법의 각 규정은 민사소송법에 따른 문서제출명령을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 예외로 규정하고 있지 않음이 명확함
 - 통신비밀보호법이 전기통신사업자의 협조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도 않음
 - 반면 문서제출명령은 그 명령을 받은 제3자에게 문서제출의무를 부담시키고 위반에 대해 질서벌의 제재를 부과함
 - 따라서 위 두 법률규정은 전기통신사업자에게 모순되고 양립할 수 없는 행위를 지시하고 있어 규범의 충돌이 존재하고, 이는 특별법인 통신비밀보호법을 우선함으로써 해소되어야 함
 - 과태료 부과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원심결정에는 관련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재판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 위반의 잘못이 있으므로, 원심결정은 파기되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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